우리는 삶이 있다면 언젠간 마무리를 짓는 죽음의 단계로 다가가게 되어있다.
죽음의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만약 그 죽음의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나타내게 될지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처음부터 묵묵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정 끝에 납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죽음을 상상해 보았을 때, 나라면 삶에 대한 미련이 가득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못해본 경험들과 나누지 못했던 것들 주지 못한 사랑들에 미련이 가득하여 아마 바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고 시간이 다소 걸리지 않을까 싶다.
엘리자베스 퀴블러는 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분노의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죽음을 부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는지 같이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분노의 5단계
분노의 5단계 정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거론한 죽음과 관련된 연구 분야의 이론이다. 다른 말로는 퀴블러 로스 모델, 죽음의 10단계라고도 부른다.
이는 인간이 자기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처음에는 부정으로부터 시작했다가 분노, 타협, 우울감, 납득의 단계들을 거치면서 받아들이게 되는 심리상태를 뜻한다.
퀴블러로스는 익히 알려진 슬픔의 5단계에 그치지 않고 감정적 반응의 추가적인 단계를 구별해냈다.
퀴블러로스는 슬픔의 5단계인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단계와 더불어 충격, 부분적 부정, 예상적 슬픔이라고도 하는 준비적 슬픔, 희망, 외부 대상이나 관계에서 감정적인 투자를 져버리는 과정을 의미하는 데카텍시스와 같은 다른 단계들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였다.
또한 퀴블러로스는 죄책감, 불안, 무감각을 포함한 다른 감정적인 반응들 또한 인정하였다.
죽음과 임종에 관련된 책의 주요 목적은 단순히 ‘단계별’로 죽음의 경험을 나열하여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행위와 의료 행위를 넘어서 보다 인도적이고 환자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옹호함으로써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의 경험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에 목적이 있다.
분노의 5단계
분노의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부정(Denial)
2단계 분노(Anger)
3단계 타협(Bargaining)
4단계 우울(Depression)
5단계 수용(Acceptance)
머리글자를 따서 DABDA모델이라고도 한다.
1. 부정-부정은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은 이후 나타나는 첫 번째 반응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에 대한 사실을 처음에는 강력하게 부정한다. 부정이라 하면 안 좋게만 받아들이기 마련인데, 사실 부정은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부정 반응은 충격적 소식에 대한 심리적 완충 작용으로 자신의 감정을 가다듬는 시간을 제공한다.
2. 분노-부정에서 분노와 원망의 감정으로 바뀌게 되는 두 번째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의료진과 가족에게 먼저 분노를 표출한다. 자신의 존재를 강조하며 자신이 아직 잊히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해가 부족하면 이 시기에 의료진과 가족들 사이의 갈등이 많이 발생하게 되기도 한다.
3. 타협-어떻게든 불행을 뒤로 미뤄보겠다는 심리적인 노력 과정이다. 신에게 이제는 더 착하게 살겠다며 은혜를 구하거나 헌신, 봉사에 따른 보상을 받고자 여러 노력을 하는 단계이다.
4. 우울-스스로 느끼기에 이제는 병을 회복할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객관적으로 질병이 나빠졌을 때 나타난다. 혼자 있고 싶어 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생각에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우울은 자신의 신체적, 사회적 기능 감소에 대한 두려움과 생계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온다. 최후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예비적 수단이기도 하다.
5. 수용-자신의 운명에 대해 더 이상 화나 하거나 우울해하지 않는 단계이다. 갑자기 일어나는 죽음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이제는 죽음을 준비했다고 느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람에 따라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회피하는 의지의 정도가 다른데, 죽음 회피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분노의 5단계 관점으로 본 영화
영화 ‘남산의 부장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다른 10.26 사건을 다룬 콘텐츠들과는 달리 대립하는 인물 간의 치열한 심리 대결을 보여주는 연극적 성격이 강한 ‘분노 캐릭터’ 영화이다.
분노의 5단계를 대입하여 영화 내용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이 영화는 심리학의 5단계 이론을 반영하여 주인공의 분노 결행에 대한 원인과 결과성과 개연성을 한층 높여주었다.
특히 분노 조절에 가장 긴 시간을 사용하여 응징과 보복의 동기를 정당화한 반면 통제력 상실에 가장 짧은 시간을 내보내 응징 행동의 긴박감을 극대화하였다.
각 단계에서 분노를 유발하는 기폭제 역할은 무시, 모멸, 오만, 과시, 놀림, 조롱, 무단 개입, 수군거림, 비아냥, 말 가로채기 언행으로 각 단계마다 여러 번 등장시켰다.
특히 경호실장 역은 조롱 발언이 박통 역의 경우 친구도 죽인 극악무도한 인간이란 강한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발언이 주인공이 복수를 실행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분노 방아쇠’로 작용하였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분노이론을 세심하게 따랐다. 정치극이라 하면 서사의 전개에서 분노에 공적인 사유를 많이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분노 유발 목록과 24퍼센트 일치할 정도로 관객들이 느끼기에 일상에서 흔하게 겪는 일상의 분노 사례를 많이 반영한 것을 알 수 있다.
심리학의 이해